심리(審理)

임금의 특별 명령이 있을 때 형조가 전국 살인 사건의 문서를 살펴서 계속 조사할지

아니면 석방할지를 논의하여 보고하면 임금이 그에 대해 판결을 내리던 사법제도를 가리킨다.

심리는 원래 ‘자세히 심문하여 처리하다.’라는 의미이며,

특히 ‘審理冤獄’이라는 말에서도 보이듯이 ‘원통한 옥사(獄事)를 자세히 심문하여 처리하다.’라는 의미로 자주 사용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료에서는 심리를 소결(疏決)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의미로 혼용한 경우도 다수 보인다.

신하들이 입시하여 임금과 함께 미결수 및 기결수를 심의하여 판결한 기사들에 그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승정원일기』 정조 21년 5월 18일에는 정조가 소결과 심리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내린 전교가 수록되어 있다.

정조는 소결과 심리의 공통점에 대해 ‘죄수의 명단을 기록 보고하여 형률을 신중히 시행하는 조치[錄囚恤刑之擧]’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차이점에 대해서도 말하였는데,

소결은 ‘임금이 법복을 입고 전각에 나아가고, 대신(大臣)·법관(法官)·삼사(三司)가

각각 사죄(死罪)의 옥안(獄案) 및 도류안(徒流案)을 가지고 연석에 나와서,

하나의 안(案)을 읽고 나면 그때마다 계복(啓覆)할 때의 규례처럼 모두의 의견을 두루 물어보아 결정하는 것’이고,

심리는 ‘서울과 지방 사수(死囚)의 녹계안(錄啓案) 중에서

계속 조사할지 가볍게 처리하여 살려줄지를 형관(刑官)이 본사(本司)에서 회의하여 결과를 보고하면 사안마다 판하(判下)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정조의 말에 의하면,

소결은 도류안에 수록된 기결수를 중심으로 석방 여부를 논의하여 판결하고 살인 사건의 혐의자에 대해서도 논의하여 판결을 내리던 제도이고,

심리는 전적으로 살인 사건의 혐의자에 대해서만 논의하여 사건을 계속 조사할지 죄수를 풀어줄지를 논의하여 판결을 내리던 것이다.

그리고 소결은 대신 이하의 관원들이 입시하여 논의한 뒤 임금이 판결을 내리지만,

심리는 형조의 당상들이 녹계안을 검토하여 의논 결과를 보고하면 임금이 판결을 내렸다.

다만 정조 3년 1월 30일과 2월 1일 이틀에 걸쳐 심리할 때에는 대신, 형조의 당상, 승지 등이 입시하여 논의하였다.

『육전조례』 「형전」 〈형조〉 ‘상복사(詳覆司)-심리(審理)’에는 2개의 조항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내용으로 보면 소결에 대한 것이다.

다만 두 번째 조항의 주(註)에 ‘형조판서가 여러 도에서 기록하여 보고한 문서 안의 죄수에 대해,

온 마음을 다해 해결 방안을 찾아서 살려줄 만한 사람이거나 전처럼 신문해야 할 사람이거나 간에

의견을 갖추어 복계(覆啓)한 뒤 <재가를 받아> 여러 도에 통지하고,

기록하여 보고하지 않은 죄수에 대해서도 작성하여 보고하게 한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각 도에서 올린 살인 사건의 미결수에 대해 심리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정조의 재위 기간에 발생한 팔도의 살인 사건을 연도 및 각 도별로 정리하여 『심리록(審理錄)』을 발간하였는데,

『심리록』에는 살인 사건의 원인 및 개요, 도신(道臣)과 형조의 살인 사건에 대한 의견 보고, 정조의 판결 등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