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은대학당?

무엇하는 곳일까?

이름만 들으면 이런 의문이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학당은 옛날의 서당처럼 한문 공부하는 곳을 가리키거나 요즘의 공부하는 곳을 예스럽게 부르는 것이겠거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은대는 무슨 뜻일까요?
은대(銀臺)는 흔히 조선시대 국왕의 비서실이라고 일컬어지는 승정원(承政院)의 별명입니다.
승정원은 국왕의 명령과 문서를 각 관사나 신하들에게 전달하고 각 관사나 신하들이 올린 보고와 문서를 국왕에게 올리는 일, 국왕과 신하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 등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그처럼 국왕과 관사·신하 사이에 주고받은 문서 및 국왕과 신하가 만나서 나눈 대화 내용 등을 날마다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였습니다.
그렇게 작성된 일기가 2001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승정원일기』입니다.

은대학당은 『승정원일기』로 대표되는 조선시대 사료와 법전을 교육하는 전문기관입니다. 조선시대의 사료와 법전은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한문을 해독할 수 있어야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조선시대의 사료와 법전은 단순히 한문을 해독할 수 있다고 해서 읽고 이해할 수가 없고, 조선시대의 제도와 어휘 및 문서 등을 알아야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한문 공부를 해서 웬만한 한문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도 조선시대의 사료와 법전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서 설립된 교육기관이 은대학당입니다.

2010년에 설립된 은대학당은 교육 장소의 변화에 따라 네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서울역 부근 대우재단빌딩의 세미나실에서 교육하던 시기로, 2010~2015년까지입니다. 제1기 사료연구과정 21명으로 출발하여 제6기 신입생까지 그곳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두 번째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쪽의 옥빌딩에 임대로나마 독립된 강의실을 마련하여 교육하던 시기로, 2016~2020년 2월까지입니다.
이 기간에는 사료연구과정을 일반연구과정과 전문과정으로 나누고, 초서·간찰연구과정 및 한시·한문연구과정, 경사연구 일반과정을 새로 개설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세계적 재앙이었던 코로나의 영향으로 강의실을 폐쇄하고 온라인으로 교육하던 시기로, 2020년 3월부터 2023년까지입니다.
이 기간에는 경사연구 전문과정을 새로 개설하였습니다.
그리고 2023년 10월에 은대학당을 원격평생교육원으로 등록하고 2024년에 첫 신입생을 받기 시작한 때부터가 네 번째 시기라고 하겠습니다.
2025년부터는 사료연구 전문과정을 대신하여 법전연구과정을 새롭게 개설합니다.

2024년 10월을 기준으로 그동안 은대학당에 입학한 수강생이 총 442명이고 그중 총 168명이 수료하였습니다.
은대학당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각 대학의 석사와 박사 및 교수, 국학기관의 연구원과 번역위원 등 학계의 연구자와 국학기관의 실무자가 주류를 이룹니다.
은대학당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구성이 말해주듯이 은대학당은 연구자와 실무자에게 필요한 조선시대의 제도와 역사어휘 및 문서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입니다.
은대학당이 이러한 기관으로 자리잡은 것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전승한다.’라는 초창기의 설립 정신을 실천해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은대학당은 조선시대 사료와 법전을 교육하는 전문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2024년 10월 31일
은대학당장 이강욱